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익숙해지면
이 세상에서 주어지는 메시지도 익숙해진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모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육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교육을 하면서도 제일 많이 싸워야 하는 것이
결국 기존의 메시지이기 때문에.....
이 시대가 주는 메시지의 본질은
결국 불안함을 통해 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기에..
부모들이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것이 결국 '불안'이다..
[정태윤 기자]
나는 중학교 학생안전부장으로 매일 아침 등굣길을 지키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휴대전화를 보면서 등교하는 학생들 교통 안전을 위해 교사들이 배치 되는 경우가 많다.
등굣길 곳곳 스마트폰에 빠진 학생들에 말을 걸면 잠깐 고개를 들 뿐, 빨간 눈은 다시 화면을 향한다. 몇 년 새 달라진 아침 풍경을 보면서, '아이들 머리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만 하고 있었다.
▲ <불안 세대> 책표지 |
ⓒ 웅진지식하우스 |
저자는 현실 세계의 과잉 보호에 대한 근거를, 2001년 영국 사회학자 프랭크 푸레디가 출판한 책 <편집증에 사로잡힌 양육: 전문가를 무시하는 것이 아이에게 최선일 수 있는 이유>에서 찾았다. 푸레디는 주요 요인으로 '어른 간 결속력 붕괴'를 꼽았는데, 1980년대부터 아동 학대에 대한 뉴스가 중요하게 보도되면서 아이들을 보호자 없이 낯선 어른과 함께 있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놀이 대신 휴대폰, 여자아이들에 더 위험한 소셜 미디어 사용
이러한 현상은 부모의 부담으로 돌아왔는데, 그래서 양육은 힘들어졌고 시간을 많이 빼앗아갔으며 두려움도 더 커졌단다. 1990년대 두려움에 사로잡힌 양육 방식이 증가하여 2000년 무렵에 부모의 감시를 받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노는 아이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심지어 혼자 노는 아이가 목격되면 경찰에 신고하여 부모가 감옥에 가는 일도 미국에서는 가끔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 인류의 탄생부터 이어져 온 '놀이 기반 아동기'가 사라지고 있다.
조너선 하이트가 새롭게 정의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는 놀이 기반 아동기를 대신하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이란 인터넷 연결 기기 전반을 의미하고, '아동기'란 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 여러 변화가 이제 놀이 기반 대신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조성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고, 그 결과 아동은 수면 박탈, 주의 분산, 중독이라는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자료사진) |
ⓒ 픽사베이 |
계정을 만든 지 5개월 후 그녀의 일기에는 '쓸모없는, 죽어, 못생긴, 멍청한, 자살해'라는 단어가 등장했단다. 알고리즘이 유도한 다이어트 조언을 따라가다 알렉시스는 8학년 때 거식증과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십대 시절을 섭식 장애와 우울증과 싸우며 아팠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스마트폰에 시간을 쓰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남자아이는 유튜브 영상 시청, 온라인 비디오 게임을 주로 사용하고 여자아이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시각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을 많이 접속했다.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대답한 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보다 2배 가량 높았다.
더 외로워지는 아이들... 아버지로서 저자의 지적에 공감했다
그 결과 '나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라는 진술에 동의한 여학생의 비율이 2019년 40% 가까이 치솟았다. 실제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학생의 관계 문제는 주로 소셜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 폭력이고, 사안이 행정적으로 끝나더라도 관계의 골은 메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이트는 소셜 미디어가 여자아이에게 더 해롭다고 보는 이유를 네 가지 든다. 첫째, (이 시기) 여자 아이는 시각적 비교에 더 민감하다. 둘째, 이는 다른 아이들 관계와 평판을 해치려는 시도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여성은 감정을 더 쉽게 공유한다. 넷째, 남성이 여성에게 접근해 나쁜 행동을 하기 쉬워진다.
소셜 미디어는 관계의 수는 대폭 늘리지만 깊이는 크게 떨어뜨려, 현실 세계에서 소수의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보낼 시간을 뺏는다. 화면에서 맺은 관계로 말미암아 옆에 있는 친구와 대화할 기회를 잃어버렸고, 그로 인해 아이들은 더 외로워졌다.
조너선 하이트는 더 건강한 아동기를 위해 집단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집단 행동에는 집단 반응이 필요한데, 주요 집단 반응은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부모들이 모여서 약속하는 행위이다. 두 번째는 개인의 결정을 공동체가 도덕적인 면에서 비난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술적 해결책으로 청소년에게 맞는 프로그램과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네 번째, 법과 규칙으로 정부가 법을 만들거나 학교가 교칙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후 실행의 주체가 되는 정부, 테크회사, 학교,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각각 제시한다. 그는 맺음말에서 자신이 제안한 개혁 방안을 4가지로 단순히 요약했다.
1.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을 금지한다.
2. 16세가 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3. 학교에서 휴대폰을 금지한다.
4. 감시를 받지 않는 놀이와 아동의 독립성을 더 확대한다.
그가 제시한 4가지 방안 중 한국의 학교에서는 3번만 어느 정도 실천 중인데, 그마저도 금지를 풀어주는 상황이다. 고액 스마트폰 보관의 부담과 학생들의 강력한 요구로 몇몇 학교에서는 교내 휴대폰 사용을 허용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원래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미국의 민주주의에 손상을 입히는가'를 다룬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으나, 1장으로 삼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대한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도 심각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 문제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었고 당장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회과학자이자 교육자, 두 십대 아이의 아버지로서 미적거릴 수 없었다고 말한다. 나도 교사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의 절실함에 공감한다.
미국에서는 '불안 세대'를 학부모들이 읽고, 실천하는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불안 세대를 자유롭게 하라(Free The Anxious Generation)'라는 표제로 10대 아이와 부모들, 교육자, 정책입안자 등이 책의 내용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미국까지 갈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 공동체가 존재한다. 바로 전국 곳곳에 있는 '대안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 대안학교 모꼬지 대안학교에서는 구성원이 참여하는 활동을 주기적으로 진행하여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
ⓒ 정태윤 |
대안교육 공동체의 규범은 각 학교가 지향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원이 오랜 시간 대화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교사, 학부모, 학생이 자발적으로 지킨다. 한 학년에 10명 내외로, 전교생이 60여 명의 적은 숫자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몰래 사용할 수도 없다. 만약 합의를 지키지 않는 가정이 있다면 구성원 모두가 다시 대화를 나눈다.
딸아이는 휴대전화 대신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집전화를 사용해서 친구들과 소통한다. 전화는 약속을 잡는 용도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길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안학교 아이들은 대면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놀다가 끝나면 서로 집으로 찾아가서 놀고 누나, 언니, 형, 오빠, 동생이 함께 논다. 아이들 스스로 자유롭게 놀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뇌를 성장시킨다. 하이트가 말한 '놀이 기반 아동기'를 이 대안학교에서는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셈이다.
▲ 딸아이의 집전화 딸아이가 휴대전화 대신 친구들과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유선전화 |
ⓒ 정태윤 |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만나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소셜 미디어 없이 생활 해보기'.
나중에 다시 설치한다 하더라도 일단은 과감히 어플을 삭제한 뒤 하루, 1주일, 2주일 기간을 늘려 가면서 소셜 미디어 사용시간을 줄여보는 것이다. 그리고 전후의 느낌을 비교하여 서로 나눠보고, 각자에 맞는 사용 시간을 가늠해 본 뒤 스스로 규칙을 정하면 좋다.
혼자면 어렵지만 함께 행동하면 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니 실천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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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4091817420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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