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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주Zoom] 봄꽃놀이 가기 전 읽고 가면 쏠쏠할 '3가지 이야기'

꿈꾸는꼬목사 2023. 3. 13. 11:12

['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제 3월도 중순에 접어들면서 제주 곳곳에는 봄꽃이 폈습니다.

머잖아 여러 봄꽃축제도 열리게 될텐데, 여기에 앞서 제주 봄꽃과 관련해 헷갈릴 수 있는 내용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봤습니다.

가볍다면 가볍고, 무겁다면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제주의 봄꽃을 즐길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녹산로에 핀 유채꽃과 벚꽃 (사진, 비짓제주)


■ 제주 사람도 헷갈리는 유채꽃.. "유채꽃 축제도 한다며?"

제주의 유채꽃 축제는 보통 3월 말 즈음에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때가 가장 '절정'이기 때문입니다.

녹산로에서 열리는 유채꽃 축제가 가장 유명합니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어라? 나 겨울에도 제주에 유채꽃 폈다는 사진들 본 적 있는데? 이상기후 때문인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겨울에 봤다는 '유채꽃'은 '유채꽃'이 아닙니다.

산동채


바로 '산동채'라는 배추꽃입니다.

일부에서는 유채에서 개량된 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유채와 산동채는 유전자부터 전혀 다른 종입니다.

유채꽃은 배추와 양배추의 자연교잡으로 이뤄졌지만, 산동채는 그냥 배추의 한 품종입니다.

게다가 유채는 추위에 약해 겨울에 피지 않고 3월 초중순 즈음부터 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산동채는 초겨울에 피는 만큼 이맘 때가 되기 전 보통 시듭니다.

즉 겨울에 봤다는 유채는 대부분 산동채일거고, 일부는 산동채가 아닌 또다른 종류의 배추꽃일겁니다.

녹산로에 핀 유채꽃 (사진, 비짓제주)


유채와 산동채는 꽃모양도 조금 다릅니다.

유채는 꽃이 지름이 보통 2㎝로 엄지손톱보다 크지만, 산동채는 1㎝ 정도로 새끼손톱만합니다.

또 유채는 꽃이 굴곡져 있어 원을 그리면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산동채는 꽃잎이 반듯해 원을 그리면 빈틈이 듬성듬성 보입니다.

산동채를 유채의 개량종 혹은 잡종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는 아마 둘을 헷갈렸기 때문일겁니다.

유채는 오래 전부터 작물로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계속해서 품종 개량이 이뤄지고 있는데 산동채는 품종으로서 개발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 즈음부터 소득작물로 재배돼 온 유채와 달리 산동채는 언제부터 널리 퍼지게 됐는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꽃이 일찍 핀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 유채의 대용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유채는 꾸준히 품종 개량이 이뤄져 온 만큼 "산동채는 유채의 개량종이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애기동백


■ 유채만큼 헷갈리는 동백꽃 "내가 찍은 동백꽃 인생샷은 무엇?"

예전 [제주Zoom]을 통해서도 한 번 다뤘던 적이 있지만, 짤막하게 다시 소개한다면 유채와 산동채만큼 헷갈리기 쉬운 것이 동백꽃입니다.

동백꽃도 품종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다른데 11월~12월 겨울에 피는 동백은 개량종인 '애기동백'입니다.

토종동백은 10년이 지나야 꽃이 피지만, 애기동백은 4~5년 정도만 지나도 꽃이 피고 비교적 재배도 쉬워 빠르게 보급됐습니다.

꽃도 개량종이라 더 크고 화려한데, 토종동백과의 구분은 유채와 산동채보단 쉽습니다.

토종동백


해를 넘기면 애기동백은 시들해지고, 토종동백이 꽃을 펴 시기적으로도 다소 차이가 있지만 꽃 모양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애기동백은 꽃잎이 활짝 펼쳐져 있고, 꽃잎이 하나씩 떨어집니다.

반면 토종동백은 속살을 드러내지 않고 반 쯤 핀 듯한 모습을 보이며, 꽃이 질 때 봉오리째 툭 떨어집니다.

그래서 제주에 봄꽃을 보러 왔을 때 동백이 펴 있으면 그것은 겨울에 SNS 등에서 본 애기동백이 아닌 토종동백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또하나 덧붙이면 제주4·3을 상징하는 꽃은 애기동백이 아닌 토종동백입니다.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 (사진, 문화재청)


■ 왕벚나무 원산지 논란 종결? 나무 교체? "글쎄요"

이번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 보다 조금 복잡합니다.

봄꽃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꽃 가운데 하나는 바로 벚꽃인데, 벚꽃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논란은 바로 원산지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학술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닌 '진행형'이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동안 벚꽃, 그 중에서도 왕벚나무를 두고 원산지가 어디냐는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선 지난 1908년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한 뒤 제주의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나갔다고 주장했고, 일본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국립수목원에서 제주의 왕벚나무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다르다고 뜬금(?) 발표하면서 논란은 커졌습니다.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 가운데 5그루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1그루가 일본 도쿄에 있는 왕벚나무와 유전형이 같았다며 이를 근거로 국가표준식물 목록에서 왕벚나무를 '자생식물'이 아닌 '재배식물'에 넣었습니다.

일본 고유종이 한라산에 재배종으로서 자생하게 됐다는겁니다.

그러면서 제주에 있던 왕벚나무는 '제주왕벚나무'라고 이름을 붙이며 구분했고, 그냥(?) 왕벚나무의 '타이틀'은 일본에 넘겼습니다.

발표한 곳이 국립수목원이다보니 이후 이 내용은 정설처럼 굳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왕벚나무를 제주산으로 교체하자는 주장이 번져나갔습니다.

국립수목원의 발표를 받아들이면 제주를 포함해 서울 등 대부분에 심어진 벚나무는 일본 왕벚나무입니다.

제주시 전농로 벚꽃길 (사진, 비짓제주)


제주에 벚꽃길로 잘 알려진 '전농로'도 일본 왕벚나무로, 몇 해 전부터 조금씩 제주왕벚나무로 바꿔 심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에선 이러한 국립수목원 발표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일었습니다.

제주지역 전문가들은 "국립수목원이 말하는 '일본 왕벚나무'라는 종은 애초에 실체가 없는데, 수목원에서 이를 자의적으로 받아들여 생물주권을 포기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아직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왕벚나무'와 '제주왕벚나무'는 구분돼 있고, '왕벚나무'는 '자생식물'이 아닌 '재배식물'로 돼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논란만 일고 말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또 아닙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지난해 이 문제로 수차례 토론회와 내부 회의를 거쳤습니다.

그 결과 올해 왕벚나무 원산지 연구를 위한 예산이 잡혔고, 현재 외부 용역을 맡기기 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자신들의 기존 발표에 대해 '재검토'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앞서 설명했다시피 왕벚나무 원신지 논란이 '진행형'인 이유입니다.

만약 용역에서 제주지역에서 반박한대로 일본 왕벚나무를 떠나 '왕벚나무' 그 자체로 제주가 원산지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지금 제주를 포함해 전국에서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제주왕벚나무로의 교체 사업은 명분이 애매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번외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벚꽃이 지는 시기 피는 '겹벚꽃'은 완전히 다른 종입니다.

'겹벚꽃'은 일본 개량종이 맞고, 제주에는 지난 1970년대 쯤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겹벚꽃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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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Zoom] 봄꽃놀이 가기 전 읽고 가면 쏠쏠할 '3가지 이야기'

['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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