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주제별 이야기/감정

[퍼옴-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생각에 대해 '생각'해야 안 우울하다

꿈꾸는꼬목사 2023. 6. 18. 06:45

 


 

사람 마음의 신기한 점이라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울하고 슬프고 나는 하등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것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인 양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절망에 빠져들 수도 있지만 “정말 그럴까. 내 생각이 과연 맞을까” 하고 의심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내가 쓸모 없는 존재인 것이 아니라 요즘 친구들을 만난지 오래 되어서 외로운 것은 아닌지, 스트레스가 많아서 잔뜩 지쳐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 환경이 유난히 혹독한 것은 아닌지 원래 비교하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이 오늘따라 시끄러운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배가 고파서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닌지 등등 우리는 우리 자신의 느낌과 생각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따져보고 분석할 줄 안다.

 

이렇게 자신의 인지적 상태에 대해 다시금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메타인지적 인식(metacognitive awareness)이라고 한다. 나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인식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나 할까. 

연구들에 의하면 이렇게 생각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낮고 비교적 잘 극복하는 편이다. 

케임브리지대의 심리학자 존 테스데일(John Teasdale) 등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우울감을 유발할 만한 상황(예 친구가 약속에 늦게 오는데 나의 시간을 존중해주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슬프다)을 들려주고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 중 이와 같은 감정을 일으켰던 사건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은 인터뷰를 통해 진행되었고 인터뷰어들은 사람들에게 해당 상황과 그때 느낀 감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각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모습을 보였는지를 평가했다. 

예컨대 자신의 내적 상태에 대해 그냥 “나빴다 별로였다 짜증났다” 정도로 뭉뚱그려서 설명하는지 아니면 “당시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서 제대로 생각하기가 어려웠다”거나 “우울감 때문에 너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고 하는 등 자신의 감정 상태와 실제 현실을 어느정도 분리해서 생각하려는 시도를 보였는지를 평가했다.

당시 떠오른 감정을 곧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 확대 해석했다면 메타인지적 인식이 낮은 편이었고 이와 달리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이 사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면 메타인지적 인식이 높은 편이었다. 

그 결과 우선 우울증 환자들은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부정적 감정을 현실로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소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태도를 보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치료 후 재발할 확률이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큐처럼 받아들이곤 하지만 사실 이들은 다큐라기보단 제멋대로 편집된 “영화”에 가깝다. 내 느낌이나 생각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 뿐 아니라 나의 태도 당시 상황적 특성 정신적 육체적 피로와 결핍 상태 등 아주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상태가 좋을 때에는 전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 일이 상태가 나쁠 때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슬픔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반대로 꽤 힘들 법한 일이 나의 생각 여하에 따라 버텨볼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의 원형이라기보다 각색본에 가깝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내 삶이 하등 가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처럼 다소 극단적인 감상을 가져올 때면 더더군다나 그렇다. 애초에 우리는 실수 투성이이고 무엇 하나 완벽하게 알 수 없는 존재다. 내가 나에 대해 하는 생각이나 판단들 또한 완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내가 (또는 완전하지 않은 또다른 인간이)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생각하는 내용을 크게 귀담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Teasdale J. D. Moore R. G. Hayhurst H. Pope M. Williams S. & Segal Z. V. (2002). Metacognitive awareness and prevention of relapse in depression: Empirical evidence.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70(2) 275–287. https://doi.org/10.1037/0022-006X.70.2.27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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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생각에 대해 '생각'해야 안 우울하다

사람 마음의 신기한 점이라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울하고 슬프고 나는 하등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것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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