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왜 읽어야 할까?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교회에서 계속 듣지만 사실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른다. 자녀에게 성경 이야기를 읽어줘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이유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결심하고 읽어보지만 사실 재미도 없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투성이고, 이해할 수 없는 단어로 가득하다. 창세기는 어느 정도 읽어보지만 출애굽기는 22장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레위기에 들어가면 읽는 것을 포기한다.
그럼에도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생각해보자.
첫째, 과거의 이야기가 현대 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성경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유는 성경이 너무나도 오래 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신약성경은 약 2000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데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대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데 성경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차라리 호메로스의 일리야드나 오디세이야를 읽는게 낫지 않을까?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도저히 알 수 없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의미없어 보인다.
이런 생각에 대해 제임스 패커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이렇게 답한다.
"그 연결고리는 바로 하나님이다. 그들과 관계를 맺었던 하나님은 우리와도 관계를 맺고 있는 하나님이시다. 아마도 정확하게 같은 하나님이라고 말함으로 요점을 더욱 분명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조금도 변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 시대에 살던 사람들과 우리 시대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간격이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리기 위해 우리가 강조해야 할 진리는 하나님의 불변성이다."
우리가 성경 보는 것은 성경에 나타난 위인들을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아가기 위함이다. 아브라함이나 요셉, 모세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도대체 그들이 믿는 하나님이 얼마나 대단하시기에 그들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들이 믿는 하나님이라면 나에게도 동일한 하나님이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동일하시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히브리서 13:8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하나님'이시기에 성경가운데 일하신 하나님이 바로 지금 내 삶 가운데 그렇게 일하시고 계신다. 시대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그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은 동일하다. 우리는 바로 그 하나님을 성경을 통해서 본다. 그 시대에서 일하시는 하나님과 지금 시대에 일하시는 하나님이 다르다면 그건 하나님이 아니다. 하나님은 동일하시기에, 영원불변하시기에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을 본다.
우리가 주변 상황과 현실에 흔들리는 이유는 하나님을 모르기 때문이다. 외부 상황들이 내 인생을 결정할 것 같고, 내 인생의 주인처럼 느껴진다. 아니다! 우리 인생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바로 그 하나님을 알아갈 때 이 시대와 세상을 다른 시야로 바라볼 수 있고, 또한 돌파할 수 있다. 성경을 읽는 이유는 바로 그 하나님을 알아가기 위함이다.
둘째, 과거의 이야기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간은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그러기에 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에야 행동한다. 성경을 읽지 않는 이유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은 나에게 도움을 준다. 지식을 주거나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거나 새로운 경험을 대신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면 성경은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금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일까?
이런 생각에 대해 톰 라이트는 '신약성서와 하나님 백성'에서 과거 이야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성경 이야기 자체를 5막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를테면, 제 1막 - 창조, 제 2막-타락, 제 3막-이스라엘, 제 4막-예수, 그러면서 신약성서는 제 5막의 첫번째 장면이 되고, 동시에 이 연극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에 대한 단서들을 제공해줄 것이다. 제 4막이 현재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모든 중간 단계들을 밝히지 않고도 이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교회는 현존하는 이야기의 '권위' 아래에서 살면서 의도된 결말로 향해 가는 마지막 제 5막을 스스로 쓰면서 연기하라고 요구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톰 라이트는 우리의 삶이 1-4막까지 흐름을 보며 5막의 마지막을 스스로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이 내용을 조금 더 확장해서 1막은 창조, 2막은 타락과 이스라엘, 3막은 예수, 4막은 교회, 5막은 비어있고, 6막은 완성으로 보려고 한다. 만약 당신이 배우라면 비어 있는 5막은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1-4막의 내용을 이해하고, 6막의 결론을 향하여 5막을 연기할 것이다.
성경은 과거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이야기도 있다. 그 말은 자연스럽게 '현재'가 담겨진다. 과거를 돌아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살펴보고, 미래를 바라보게 되면, 현재 바로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알게 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행동하려고 하지만 어떤 행동을 해도 확신이 서지 않고 불안하다. 그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Doing은 Being이 결정한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는 '내가 누구인가'가 결정한다. 또한 Being을 결정하는 것은 Story이다. 성경의 이야기는 '내가 누구인가'를 이야기해준다. 나의 정체성이 명확해지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성경을 읽는 이유는 내가 누구이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성경은 오늘,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알려준다. 바로 그것이 성경을 읽는 이유이다.
셋째, 우리나라 역사도 공부 안하는데, 이스라엘 역사를 공부해야 하나?
성경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데, 이스라엘의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 차라리 조선왕조실록을 읽는게 더 도움된다고 생각한다. 그 말은 틀리지 않다. 성경의 주인공이 '이스라엘'처럼 느껴진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통하여 하나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성경 전체를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이다. 물론 성경은 이스라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성경의 시작이 이스라엘부터일까? 아니다! 성경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 세상 전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온 세상의 이야기에서 이스라엘 이야기로, 그리고 다시 온 세상의 이야기로 성경은 진행된다.
이런 생각에 대해 크레이그 바르톨로뮤와 마이클 고힌은 '성경은 드라마다'에서 이렇게 답한다.
"지금까지 성경 이야기는 인류 전체의 삶과 활동을 포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지금까지 하나님의 선한 창조 세게에서 일어난 죄의 절정인 바벨의 대재앙에 대한 반응으로, 하나님은 다시 한 번 주도권을 쥐시고 한 사람 아브라함에게로 주의를 돌리신다. 이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이 창세기 나머지 부분의 주된 관심사다.
......
하지만 이 한 사람과 그의 가족들을 향한 하나님의 아주 개인적인 약속들이 나오는 이 부분에서조차, 하나님은 세상 모든 민족들을 향한 그 분의 목적을 잊지 않으신다.
성경의 이야기는 모든 세상에서부터 시작해서 아브라함을 통해 이스라엘로, 그리고 교회로, 그리고 온 세상으로 다시 향한다. 이스라엘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온 세상을 향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이야기를 왜 하는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교회가 무슨 의미인지, 크리스천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알게 된다.
그러기에 톰 라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기독교의 목적은 세상 전체에 대한 한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성경은 이 세상의 가장 큰 이야기(grand narrative)를 전해준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다른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게 해 주는 거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한다. 성경의 이야기를 이해할 때 비로소 이 땅의 모든 이야기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 이야기의 통로가 되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이야기를 이해할 때, 비로소 성경이 나의 이야기가 되는 이유를 알게 된다. 또한 그것이 온 세상을 향한 이야기가 되는 이우도 알게 된다. 바로 그것이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마무리하며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하나님을 알아가기 위함이다.
둘째, 내 삶의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셋째, 세상의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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