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이런저런 이야기/BOOK SUMMARY

김영하 '여행의 이유'

꿈꾸는꼬목사 2019. 10. 25. 11:49

 

 

 

p.51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을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p.64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데이비드 실즈는 이렇게 말했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p.81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를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또 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p.93. 호모 비아토르, 세계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이 아직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에 1995년에는 전세계적으로 5억 2천만명이 다른 나라 여행을 떠났으나, 2016년이 되면 12억 4천만명으로 두배가 넘게 늘어났다. 전 세계 항공승객은 1995년에는 13억 명 가량이었는데 2017년에는 39억명으로 세 배나 폭증했다. 인류는 여행을 포기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기술이 발전함녀 할수록 더 많이 이동하고자 한다는 것을 통계는 보여준다. VR이니 AR이니 하는 가상 현실 기술이 여행을 대체하리라는 얘기도 어디선가 벌써 하고 있을 것 같지만 역사를 돌아볼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호모 비아토르는 지금 이 순간도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다.

p.117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p.148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p.185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2800년 전에 호메로스는 여행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오디세우스의 변화를 통해 암시했다. 그것은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p.213 여행의 이유를 캐다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될 일이다.

My Insight
첫째, 성공하는 자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노바디를 끊임없이 경험해야 하기에..
둘째, 나그네로 살아감을 아는 사람은 환대를 한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누군가의 환대가 필요하기에...
셋째, 여행은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인간의 욕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