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교회사역이야기/꿈꾸는교육공동체

첫째 학원비만 155만원…엄마는 오늘도 마트 알바를 뛴다

꿈꾸는꼬목사 2021. 6. 20. 13:22
세상이 이야기하는 그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 애를 쓴다.
자신의 삶도, 자녀의 삶도,
그 모든 것을 거기에 건다.
그리고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게 이 사회가 만들어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첫째 학원비만 155만원…엄마는 오늘도 마트 알바를 뛴다 [하수정의 돈(Money)텔마마]

입력2021.06.20 11:26 수정2021.06.20 11:27

20조 사교육 시장에 탈탈 털리는 유리지갑

사진=한경DB

"수학 50만원, 영어 40만원, 국어 25만원, 물리 20만원, 화학 20만원. 이렇게 첫째 딸 학원비로 매달 155만원 나가. 이 정도 학원비는 놀랄 것도 아니야. 지금은 첫째한테 '몰빵'하고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 남편 혼자 벌어서 자식들 두 명이나 학원을 어떻게 돌리겠어. 둘째는 뭐, 월 12만원에 인터넷강의로 때우지. 그래서 사실 나 둘째 학원비라도 벌어보려고 몇 달 전부터 마트 아르바이트 시작했잖아." (서울 목동 거주· 고1 딸, 중2 아들을 둔 45세 엄마)
"우리 집 사교육비? 매달 200만원 넘게 나간다. 와이프한테 물어보니 논술, 영어, 수학, 수학과외, 테니스, 농구, 수영, 미술, 피아노 이렇게 9개 시킨다네. 아들이 수학학원에서 시험 성적이 잘 안나와서 수학과외를 추가로 붙였더라고. 정말이지 돈 벌어서 학원비로 고스란히 나가는 거 같애. 와이프 뜯어 말리고 싶은데 내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 내년 대선때 '사교육 전면금지' 공약 내건 후보 있으면 무조건 찍고 말거야." (광진구 거주 ·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둔 47세 아빠)
"우리 애들 둘 다 영어유치원 보내잖아. 한 명 당 매월 원비 120만원에 식비, 셔틀버스, 추가 과목 포함하면 150만원 정도는 든다고 봐야지. 그리고 첫째 발레, 둘째 미술까지 모두 합치면 한 달에 350만원 정도 깨진다. 내 월급만으로는 감당 안되는 돈이지. 솔직히 말하면 '할아버지 찬스' 쓴다. 사람들은 굳이 부모님한테 손 벌려 가며 비싼 영어유치원을 보내야하냐고 그러는데, 지금 언어 잡아 놓지 않으면 평생 영어때문에 고생하는 내 꼴 날까봐 이것만큼은 해주고 싶더라고." (서초구 거주 · 7살, 6살 연년생 남매를 둔 43세 아빠)

자료: 교육부, 통계청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자. 전체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추산된 사교육 시장은 대략 연간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그런데, 당시 발표자료를 다룬 기사들에는 "장난 하냐"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조사결과 라는 것이다.
민간에서 발표한 수치는 어떨까. 지난 달 하나은행 100년행복연구센터에서 4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0대 부모의 월 평균 사교육비는 107만원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발표와 상당한 차이다.
그래서 한번 평범한 직장인, 주부, 공무원, 자영업자 등 본인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할만한 부모들에게 학원비 지출 규모를 물어봤다.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다. 1명당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사례들은 그 중에서도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편에 속하는 경우다. 물론 사교육비를 많이 쓰지 않는 부모도 있었고, 학원을 아예 보내지 않는 집도 있긴 했다.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사교육과 관련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사교육을 시켜야 할까 말아야 할까, 더 해야할까, 줄여야할까, 어디로 보내야할까, 얼마나 쓰는게 맞을까 등등...하지만 부모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과연,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고민 말이다.
"학원가는 거 물론 애가 안 좋아하지. 맨날 학원 숙제 때문에 애랑 싸워. 그런데 별 수 있어? 서울에 있는 대학 문턱이라도 밟으려면 학원가야지." "우리 애는 착하잖니. 군말 않고 학원간다. 친구들 다 가니까 의레 가는 줄 알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남들 만큼이라도 교육을 시키기 위해 소득의 상당 부분을 학원에 쏟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해서, 무엇인가 배우고 싶어해서 사교육을 한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학원비의 효용

모든 것에는 효용이 있다. 돈도 그렇다. 효용은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크기다. 쉽게 말하면 '얼마나 쓸모 있나' 이다. 돈의 효용에 대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학원비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다.
내 자녀들의 경제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참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국내 서적과 자료를 뒤지고 어린이 경제교육 기관들을 취재했지만 밤고구마를 급하게 삼킨 듯이 영 답답하고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경제지식이나 재테크에 대해선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있었지만, 정작 사교육비 기준을 포함한 경제관념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선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주식 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학원에 보낼 돈으로 아이에게 주식을 사주라"고 말했고, 자산 설계 전문가들은 사교육비가 월 소득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사교육을 모조리 끊어버리는 것이나, 무 썰어내듯 10%로 사교육비를 잘라내는 것도 최선의 해법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에 잠시 머무르던 시기, 이웃의 생일파티에 가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모임에 나왔던 주희 씨는 자녀가 세 명 있는 엄마다. 주희 씨는 식사를 하다말고 일찍 집에 가야한다고 일어섰다. 그날 아이들이 투자설명회를 하는 날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무슨 기업도 아니고 투자설명회를 연다고? 주희 씨의 대답은 놀라웠다. “아이 셋 모두 사교육을 시키자니 너무 부담스러워서 투자설명회에서 부모를 설득시킨 단 한 명만 학원을 보내기로 했어.”
투자설명회의 승자는 고등학교 10학년(고1) 첫째. 대입수학능력시험(SAT) 학원을 등록해달라는 첫째 딸은 비싼 학원비를 유치하기 위해 부모에게 연도별 학원비 상환 계획을 제시했다. 거기다 학원비의 3분의 1은 그동안 모아놓은 아르바이트비로 충당하겠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로봇아카데미를 가고 싶다는 둘째와 체조를 배우겠다는 막내는 첫째의 치밀한 계획에 성질을 부리다가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고 했다. 석 달 뒤 학원비 투자 유치 설명회는 다시 열린다고 했다. (출처『부자가 되고 싶은 아이들』하수정 저. 어바웃어북/ *저작물 보호를 위해 출처를 표기했습니다.)
낯설고도 혁신적인 이 풍경에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부모가 아이들을 억지로 학원에 뺑뺑이 돌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간절히 원할 때 투자를 해주는 방식이라니...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탐색하고 배움을 열망하게 된다면 그 보다 좋은 효용이 어디 있을까. 학원 ‘땡땡이’? 절대 못 친다. 그랬다가는 다음번 투자 유치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쉽게 얻어지지는 않는다. 자녀에게 돈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그런 차원에서 아이와 함께 '학원비 구조조정'을 계획해볼 것을 권한다. 우선 학원비 구조조정 안건을 가족회의에 상정한다. 부모의 소득과 현재 지출현황, 특히 사교육비의 세부 내역을 자녀와 공유한다.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사교육비의 상한선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각 과목별 1회당 학원비를 함께 계산해보는 것도 좋다. 교과 학원의 경우 대체적으로 하루 2~3시간 4~5만원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8720원이란 것도 알려주자. 그 누군가는 6시간씩 땀흘려 일해야 학원 1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돈을 겨우 쥐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목적을 생각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학원에 다니는 이유가 엄마가 다니라고 해서, 친구들이 다니니까 억지로 가는 것이라면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것이 효용을 높이는 길이다. 강제로 하는 공부는 그저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목적도 없이 무한 반복되는 고통일 뿐이다. 하지만 목적 의식이 생기면 달라진다. 바위를 힘들게 언덕에 올려놓은 순간 목표를 달성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배움이 얼마나 짜릿한지, 지적 유희가 과연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된다면 비싼 사교육이 그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다.

자녀 교육을 거부하는 몰몬교 아버지로 인해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하다 결국 케임브리지대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된 타라 웨스트오버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지겨운 교육이 누군가에겐 이렇게나 의미가 컸다. 진흙이 조각가에게 몸을 맡기듯 나 자신을 대학에 맡겼다. 나는 내가 다시 만들어지고 내 정신이 새로 짜여질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출처『배움의 발견』타라 웨스트오버 저. 열린책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