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이런저런 이야기/사람공부

교회에서 작동하는 그루밍 (출처:뉴스엔조이)

꿈꾸는꼬목사 2021. 1. 29. 21:30

생각보다 많은 교회에서 목회자의 그루밍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목회자에게서 듣기도 하고, 성도들에게서 듣기도 한다.
목회자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몹쓸 짓을 한다.
그 어떤 것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이것을 '남녀관계'로 항변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그루밍'이다. 
일반 사회에서 '남녀관계'로 이해할 수 있지만
교회에서는 결코 그럴 수 없다.
그것은 목회자와 성도의 특수성 때문이다.

목회자와 성도의 관계는 영적 부모와 자식의 관계이다.
그 관계가운데 결코 나타나서는 안되는 것은 '성적인 영역'이다.
그것을 목회자는 자매에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결국 그것은 폭력과 협박으로 이어지고
자매는 정신적 질환까지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서도 자매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루밍 관계에서는 그렇게 주입시키기 때문이다.
정말 무서운 범죄이다.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한다.

 

남성 목회자와 여성 교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회 내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진 사례가 극히 일부라는 점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상담소와 법원에서 목회자의 교인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내 성폭력 해소를 위한 작은 실마리를 찾고자 #교회_내_성폭력_OUT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주제로 연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목회자의 성폭력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반복되는 패턴을 분석하고 예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최근 한국 사회에 소개된 '그루밍'을 살펴봅니다.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은 전형적인 그루밍입니다. ①그루밍이란 무엇인가 ②교회에서 나타나는 그루밍들 ③타 기관에 비해 그루밍에 취약한 교회 구조의 문제점 ④그루밍과 교회 내 성폭력을 막기 위한 방안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17년 8월, 문대식 씨(전 늘기쁜교회 담임목사) 사건이 알려진 뒤, <뉴스앤조이>에 유사한 제보가 연이어 도착했다. 멀게는 10년 전부터 가깝게는 최근까지, 기사에 언급된 피해자와 비슷한 방법으로 문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람들의 제보였다.

모두 기사화할 수는 없었지만, 여러 제보를 종합한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피해자들 나이다. 피해를 입을 당시 이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2·3학년 혹은 대학교 1학년이었다. 문 씨는 청소년이나 막 성인이 된 여성들에게 범죄를 저질렀다.

다른 공통점은 성폭력이 발생하기까지 과정과 발생 후 문 씨가 피해자를 대하는 방법이었다. 문 씨는 개인적으로 피해자를 상담하고 고민을 들어 줬다. 차에 태워 음식점을 가거나 드라이브를 했다. 부지불식간에 성적 접촉이 시작되고 문 씨를 신뢰하는 피해자들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 패턴은 다른 교회 내 성폭력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청소년 사역자 이동현 씨(전 라이즈업무브먼트 대표)나 선교지에서 자신을 따르던 자원봉사자에게 성폭력을 가한 탄자니아 최재선 선교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런 '패턴'은 무엇을 의미할까. 앞선 기사에서 설명했듯이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 특히 권력이 불균형한 상황에서는 성범죄를 더 쉽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루밍'이 발생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가 만난 성폭력 전문가들은 교회가 그루밍 성범죄에 용이한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교회는 더 이상 성폭력에서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교회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성폭력 피해·가해 상담을 전문적으로 해 온 김미랑 소장(탁틴내일연구소)은 "교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대부분 우발적이지 않다. 온라인을 제외하고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그루밍 성범죄 중 비율이 가장 높은 건 단연 교회"라고 말했다.

그루밍 여섯 단계,
교회 성폭력 패턴과 일치

목회자가 가해자인 교회 내 성폭력. 대부분 사건에서 동일한 패턴이 존재한다. 목사는 어느 날 갑자기 나쁜 마음을 먹고 아무 교인에게나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그루밍 여섯 단계와 비교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그루밍의 첫 단계는 ①피해자 고르기다. 우발적으로,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을 분석하면, 평소 목사와 피해자는 1대 1로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누던 사이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문대식 씨는 평소 교인 상담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사주의'를 주장하는 그는 기도로 태아의 성별을 감별하고, 사람의 약한 부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문대식 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 생존자들은 "상담할 때는 자상하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약점을 다 털어놓게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가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친구들과 관계는 어떤지, 이전 연애 관계에서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등을 문대식 씨는 모두 알고 있었다. 김미랑 소장은 이미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고르는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교회에서도 목사가 아무나 건드리지 않는다. 사전에 (피해자를) 고르는 작업을 한다. 약하거나 결핍이 있는 사람에 주목한다. 물론 성폭력 피해자이기 때문에 꼭 어딘가 결핍이 있을 거라고 보는 건 위험하다. 누구나 약한 부분이 있는데 교회에서는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목사다. 교인들과 내밀한 대화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동현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자취하며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 A를 주목했다. A는 이 씨가 하는 청소년 단체 사역에 열심인 학생이었다. 자신이 속한 단체를 이끄는 목사를 우상처럼 바라보며 혼자 사는 미성년자. 이동현 씨는 1년 뒤 A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접근 대상을 선정하면, 그 사람의 ②신뢰를 얻고 ③욕구를 충족해 주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동현 씨는 A를 알게 된 이후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처음에는 혼자 찾아가지 않았다. 선교 단체 학생들과 함께 A의 집을 찾아 시간을 보냈다. 이후에는 A만 불러내 맛있는 것을 사 주고, 차에 태워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했다.

문대식 씨 피해자들은 문 씨와 상담하며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아버지 부재를 겪고 있는 사람이나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겪고 있는 이에게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문 씨가 강제 추행한 희원 씨(가명) 역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었다.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고 판단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둘만의 비밀'이라는 말로 ④피해자를 고립시킨다.

문대식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한 제보자는 "문 목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동현 씨 피해 생존자 A 역시 이동현 씨와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른 이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이처럼 피해자와 단둘이 만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연출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둘 사이 비밀이 늘어나고, 함께 신앙생활하는 사람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생기면서 목사만 더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날 때 ⑤성 접촉이 시작된다. 수위는 경우마다 다르다. 교회 내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대리해 온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처음부터 격한 스킨십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경미한 성적 접촉이 반복되다 '한 번만 키스해 주면 내가 괜찮을 것 같다'고 목사가 말한다. 피해자는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는 셈치고 응한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목사는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다', '잠도 안 오고 미칠 것 같다'는 말로 피해자를 또 불러내고, 더 심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대식 씨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가벼운 포옹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손을 잡고 놔주지 않거나, 등을 지속적으로 어루만지거나 일부러 밀착해 꽉 끌어안는 행위가 있었다. 한 제보자는, 문 씨가 억지로 입을 맞춘 뒤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피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대식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관계를 쌓아 나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피해자는 이미 정신적으로 목사를 의존하고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고립된 상태다. 목회자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한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2년 뒤에 신고하기도 한다. 김재련 변호사는 이 같은 행동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은 '목사가 그런 행동을 요구한다고 해서 거부하지 못하고 끌려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자기도 좋으니까 했겠지'라고 자기 맘대로 판단한다. 그건 일반인의 사후적 생각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내가 이 관계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목사님은 한 번만 키스해 주면 나를 안 괴롭히겠다고 하는데, 그걸 정말 해야 하나. 아니면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 전체가 함께 다니는 이 교회를 내가 떠나야 하나' 고민하는데 선택이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는 합리적 선택을 내리지 못한다. 합리적 선택을 못한 것이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원했기 때문에 목사와 성적 접촉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원치 않지만 상대방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고, 그루밍의 단계를 계속 밟아 나가는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성적 관계가 된 뒤 가해자는 피해자를 ⑥회유하거나 통제한다. 이 과정에서 "사랑해서 그랬다"고 변명하면서 성경 구절을 늘어놓는다.

탄자니아 최재선 선교사는 '대디'(daddy)라고 부르며 따르던 자원봉사자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알려져 사역을 내려놓았다. 피해자는 성폭행이라고 했는데, 최 선교사는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목사를 따랐던 이들에게 성경 구절을 들이대며 범죄행위를 정당화하는 경우도 많다. 최재선 선교사는 "아내는 레아 너는 라헬"이라는 말로 피해자를 설득하려 했다. 피해자가 가해자 목사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면 "용서하라"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피해자를 회유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정한 목회자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다. 김미랑 소장은 "목회자 성폭력 사건에서 목회자가 성경을 적절하게 갖다 대면서 피해자를 회유하는 모습은 늘상 있는 일이다. 목사는 '내가 너를 취한 게 아니라 하나님 뜻에 따라 너를 돕기 위해 나를 도구로 쓰신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면 피해자는 평소 신뢰하던 목회자이기 때문에 의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교인들에게 이야기해도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을 것 △다들 네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것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쓰러지실 것이라는 말 등으로 폭로를 막는다. 이렇게 통제받는 상황이 지속되면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받는다. 피해를 당하고도 공범자라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다가, 심한 경우 자해나 세상과 단절하기를 택하기도 한다.

'목회자에게 순종' 강조하는
전통적 교회 구조
그루밍 발생 최적 장소

교회는 목회자와 교인 사이에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필수인 곳이다. 교인이 담임목사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존하는 모습을 한국교회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교인들은 목사가 교인의 신앙생활을 책임지는 영적 아버지라고 생각하며, 담임목사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목회자 성폭력이 벌어지면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

목회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드는 구조는 그루밍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김미랑 소장은 "목회자 성폭력은 한국교회에서 목회자 권위, 목회자 중심주의와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또 "목사가 한 말에 의문을 가지면 불순종한 것으로 취급하는 문화와 남성 목회자를 떠받드는 문화도 그루밍 성범죄가 많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전문가들은 그루밍이 신뢰 관계를 이용해 저지른 성범죄이기 때문에, 죄질이 더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배승민 교수(가천의대 정신건강의학과)는 "성범죄에서 어느 것이 낫고 더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종교에 절대적인 믿음을 갖는 그 본질을 악용해 자신을 종교적 구원자인 양 믿도록 하면서 피해자를 유린하는 것은 아주 죄질이 나쁜, 심각한 범죄"라고 평가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그동안 자신이 지원한 교회 내 성폭력 사건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목회자의 잘못을 폭로하면 가해자 목사는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억울해하고,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피해자를 비난한다. 이 싸움에서 결국 교회를 떠나는 건 피해자다. 평생 뿌리내린 교회에서 도망치듯 쫓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가해자가 교회를 떠난다고 해도 목회를 재개하는 데 아무런 법적 제지가 없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 헌법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를 면직하거나 징계하는 조문이 없다. 미성년자에게 성폭력을 가해 사법부에서 처벌받았다 해도, 교단이 징계하지 않으면 목사직을 수행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을 교육하는 수많은 직군 중 목사만큼 관리·감독이 허술한 직업군도 없다. 교회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성범죄자 취업 제한 구역이 아니다. 종교 기관이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일반 사회에서 성폭력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살펴보고, 그것과 비교해 교회가 얼마나 성폭력 대응에 허술한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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