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를 자주, 많이 칭찬해주는 것이 자존감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잘했어", "최고야", "천재구나" 같은 말을 아이에게 아끼지 않고 쏟아주면, 아이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1980~90년대 미국의 '자존감 운동'은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긍정의 말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는 흐름을 만들었고, 이 흐름은 지금까지도 많은 부모의 육아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많은 상을 남발하고, 사소한 성취에도 큰 박수를 보내는 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자 캐럴 드웩의 오랜 연구는 이 믿음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그녀는 저서 『마인드셋』에서 아이의 '능력'을 칭찬받은 그룹과 '노력'을 칭찬받은 그룹을 비교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능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이후 더 어려운 문제 앞에서 도전을 회피하고, 실패했을 때 자신의 무능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면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더 어려운 문제에 기꺼이 도전했고, 실패해도 이를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드웩은 이 차이를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의 차이로 설명합니다. 능력에 대한 칭찬은 "너는 원래 똑똑한 사람"이라는 고정된 정체성을 심어주고, 그 정체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아이를 가둡니다. 여우의 칭찬에 우쭐해진 까마귀처럼, 능력에 대한 칭찬은 아이를 실제보다 부풀려 놓고, 그 부풀려진 자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칭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하게 짚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부모의 칭찬이 자녀를 조종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기 위한 수단이 '칭찬'이라는 이름을 입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챕니다.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알리스 밀러(Alice Miller)는 부모의 무의식적 욕구에 맞춰 칭찬받고 자란 아이들이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상실한 채 텅 빈 내면과 열등감을 안고 살아간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분은 "나는 사랑을 아주 많이 받았다"고 믿고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면 그것이 진짜 사랑이 아니라 '부모의 통제와 기대'였던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 완벽하게 키우려 할 때, 자녀에게 쏟는 에너지와 물리적 지원은 엄청납니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사랑은 "네가 부모의 기대(성적, 순종, 성공)를 충족시킬 때만" 주어지는 조건부 애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부모의 기대를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할까 봐 늘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진짜 가치는 형편없다는 내면의 깊은 열등감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둘째, 무엇을 칭찬하느냐입니다. 능력과 결과를 칭찬받은 아이는 다음에도 그 평가를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게 되고, 노력과 과정을 칭찬받은 아이는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여지를 자기 안에 갖게 됩니다.
리더십 연구자 짐 콜린스는 그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조직을 만드는 리더들의 공통점으로 '겸손함과 꾸준한 의지의 결합'을 꼽았습니다. 그가 '5단계 리더십'이라 부른 이 특성은 화려한 카리스마가 아니라, 결과와 무관하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지속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위대한 성과를 낸 리더들이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기보다 조직과 동료의 노력을 먼저 언급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힙니다.
아울러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정체성의 변화가 결과보다 과정과 시스템에 대한 반복된 신뢰에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나는 매일 이렇게 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이, "나는 이런 결과를 낸 사람이다"라는 정체성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자존감도 다르지 않습니다. 결과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인정이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만듭니다.
다시 부모의 자리로
하지 말아야 할 것
내 바램을 위해 아이를 조종하려는 ‘칭찬’을 하지 마세요.
해야 할 것
앞으로 아이를 칭찬할 때, "잘했어" 뒤에 반드시 '무엇을' 잘했는지 구체적인 행동이나 과정을 붙여 말하는 것입니다. "1등 했구나, 똑똑하다" 대신 "어려운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풀어본 게 대단해"라고 과정과 노력을 칭찬해주십시오. 이 사소해 보이는 문장의 차이가, 아이가 결과에 매달리는 사람이 될지, 과정을 신뢰하는 사람이 될지를 가릅니다. 오늘 저녁부터 딱 한 문장,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짚어 말해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일주일 동안 이 습관을 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아이가 어려운 일 앞에서 보이는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