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어머니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 요즘 우리 아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요. 형제끼리도 나눌 줄 모르고, 뭔가 해주면 당연하게 받고, 고맙다는 말도 없어요.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잠시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그 아이가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사람들은 흔히 '지금'에 주목합니다. 아이의 지금 성적, 지금 태도, 지금 행동. 그리고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금 당장 바꾸려 합니다. 학원을 바꾸거나, 훈육 방식을 바꾸거나, 더 강하게 혼을 내거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경우 지금을 바꾸려 할수록 지금은 더 단단하게 굳어버립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의 모습은 오늘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인간의 발달을 8단계로 나누며, 각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고유한 과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영아기부터 학령기까지의 경험이 인간의 기본 신뢰감, 자율성, 주도성, 근면성을 형성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시기에 심겨진 씨앗들이 청소년기, 성인기가 되었을 때 열매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오늘 아이에게서 보이는 것은, 어제 부모가 심은 것입니다.
이것은 정죄가 아닙니다. 희망입니다. 왜냐하면, 심을 수 있다는 것은 바꿀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갈라디아서 6장 7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이 말씀은 단순한 인과응보의 교훈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설계하신 세계의 원리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자연의 법칙이, 자녀 양육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공감을 심으면 공감하는 아이가 자랍니다. 경쟁만을 심으면 경쟁에 지친 아이가 자랍니다. 두려움을 심으면 두려움에 얽매인 아이가 자랍니다. 믿음을 심으면 믿음으로 서는 아이가 자랍니다.
부모가 지금 무엇을 심고 있는지가, 10년 후 자녀의 모습을 결정합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는 무려 80년에 걸쳐 수백 명의 삶을 추적한 인류 역사상 가장 긴 행복 연구입니다. 그 연구의 결론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습니다.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성공도, 돈도, 명예도 아니었습니다.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의 뿌리는 유년 시절,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조건 없이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고, 존재 자체를 기뻐해 주는 그 경험이 평생을 살아가는 뿌리가 됩니다.
다시 처음의 그 어머니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가정에서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무엇인지 드러났습니다. "왜 이것밖에 못 해?" "형은 잘하는데 너는 왜?" "얼른 해, 늦었잖아."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는 데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이의 존재를 기뻐해주는 말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가진 것을 나눌 용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넉넉한 사람이 베풀 수 있습니다. 내면이 채워진 아이가 나눌 수 있습니다.
심어진 것이 자란 것이었습니다.
부모님, 낙심하지 마십시오.
지금 아이의 모습이 우리가 원하는 것과 다르다면, 그것은 '이 아이는 안 된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다르게 심으라는 초대입니다. 밭이 메마르면 물을 주면 됩니다. 씨앗이 잘못되었다면 다시 심으면 됩니다. 늦은 때란 없습니다. 살아있는 관계 안에서는 언제나 새 계절이 옵니다.
오늘 아이의 눈을 보며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오늘 하루 어땠어?" 한 마디를 건네십시오. 아이가 말할 때, 핸드폰을 내려놓고 들어주십시오.
그것이 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자랍니다.
지금 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부모가, 10년 후 열매를 보는 부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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