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주제별 이야기/구조주의

기독교유신론으로부터 시작해서 구조주의까지 (feat. 제임스 사이어)

꿈꾸는꼬목사 2025. 7. 28. 21:17

기독교 유신론에서 시작하여 구조주의에 이르기까지의 서구 사상사 흐름을 '하나님'과 '인간 주체'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는 마치 세계의 중심이 신에게서 인간으로, 그리고 인간에게서 다시 텅 빈 구조로 이동하는 거대한 드라마와 같습니다. 이 흐름을 제임스 사이어의 세계관 모델을 차용하여 6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단계: 기독교 유신론 (Christian Theism) - '신'이 중심인 세계

  • 핵심: 인격적이고 전능하며 선하신 하나님이 세계의 중심이자 모든 의미의 근원입니다.
  • 세계관: 하나님은 우주를 창조하셨고,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셨으며, 역사에 직접 개입하십니다. 따라서 인간의 가치, 도덕, 삶의 목적은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것입니다. '나'라는 주체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온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요약: 神 > 인간

2단계: 이신론 (Deism) - '이성'이 중심이 되는 세계 (18세기)

  • 핵심: 신은 위대한 '시계공'처럼 우주를 창조하고 법칙을 설정했지만, 더 이상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돌아가게 내버려 둡니다.
  • 사상적 변화: 뉴턴 과학의 발전으로 우주가 정교한 기계처럼 보이자, 굳이 신의 '개입'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싹텄습니다. 이제 진리를 아는 길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인간의 '이성'**이 되었습니다. 신은 세계의 변두리로 밀려나고, 그 중심에 인간의 이성이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 요약: 神 (밖에서 구경) ↔ 인간 (이성으로 탐구)

3단계: 자연주의 (Naturalism) - '인간'이 신이 된 세계 (19세기)

  • 핵심: 이신론의 '유령 같은 신'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물질적인 자연뿐이다.
  • 사상적 변화: 다윈의 진화론 등 과학의 발전은 초자연적 존재 없이도 생명과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이제 신은 완전히 사라지고, 진화의 정점에 있는 '인간'이 만물의 척도이자 새로운 신이 됩니다. 의미와 도덕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됩니다.
  • 요약: 인간 > (사라진) 神

4단계: 허무주의 (Nihilism) - 모든 중심이 붕괴된 세계 (19세기 후반)

  • 핵심: "신은 죽었다." 그리고 신이 죽었으므로, 그가 보증하던 모든 절대적 가치와 의미도 함께 죽었다.
  • 사상적 변화: 니체는 자연주의의 논리적 귀결을 폭로했습니다. 신이라는 절대적 기준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이 만든 가치는 결국 아무런 근거가 없는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의미의 중심이 붕괴하면서 인간은 광활한 우주에 던져진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합니다.
  • 요약: (붕괴된) 중심

5단계: 실존주의 (Existentialism) - '나'라도 중심이 되려는 처절한 항변 (20세기 초중반)

  • 핵심: 세계는 본래 무의미하다(허무주의 인정).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인간은 '자유'로우며, 자신의 '선택'과 '결단'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야 한다.
  • 사상적 변화: 허무주의의 절망에 대한 반작용으로, 실존주의는 **마지막 남은 보루인 '개인'**에게 모든 것을 겁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 이 무의미한 세계에 맞서는 영웅적인 존재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는 '나'라는 주체를 마지막으로 붙잡으려는 처절한 시도였습니다.
  • 요약: 나(선택하는 주체) > 무의미한 세계

6단계: 구조주의 (Structuralism) - '주체'마저 해체된 세계 (20세기 중반)

  • 핵심: 당신의 그 '자유로운 선택'조차 당신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속한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 사상적 변화: 구조주의는 실존주의의 영웅적인 주체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립니다.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인간의 생각, 욕망, 문화, 사회 활동 등 모든 것이 개인이 의식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비인격적인 '구조'(언어, 사회, 무의식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 결론적 전환: 이제 중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신도, 이성도, 인간 주체도 모두 해체되고, 그 자리에는 주인이 없는 텅 빈 '구조'만이 남았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나를 통해 말한다"**는 선언은 이 시대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 요약: (텅 빈) 구조 > (구조의 산물인) 나

이처럼 기독교 유신론에서 구조주의까지의 흐름은, 세계의 중심이 '신'에서 '인간'으로, 그리고 마침내 그 '인간'마저 해체되어 '비인격적 구조'로 넘어가는 거대한 여정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