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주제별 이야기/구조주의

구조주의 관점으로 바라본 등산의 교육적 의미

꿈꾸는꼬목사 2025. 7. 29. 06:47

구조주의는 개별적인 요소 자체보다는 요소들 간의 관계, 즉 '구조'가 의미를 생성한다고 보는 사상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등산은 단순한 신체 활동이나 자연 감상의 경험을 넘어, 다양한 관계와 대립항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텍스트(text)'로 해석될 수 있으며, 그 구조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깊은 교육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등산이 주는 교육적 의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이항 대립(Binary Opposition)을 통한 세계의 이해

구조주의의 핵심 개념인 이항 대립은 등산의 모든 과정에 내재되어 있으며, 등산객은 이를 몸으로 체득하며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를 학습합니다.

  • 자연(Nature) vs. 문명(Culture): 등산은 일상의 공간인 문명을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등산객은 등산화, 스틱, 기능성 의류 등 문명의 이기(문화)를 활용하여 거친 자연(자연)을 경험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문화를 통해 관계 맺는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는 생태 교육으로 이어집니다.
  • 오름(Ascent) vs. 내려옴(Descent): 정상 정복을 향한 '오름'은 목표 지향성, 노력, 인내를 상징합니다. 반면, 안전한 복귀를 위한 '내려옴'은 성찰, 겸손, 과정의 중요성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름'에만 의미를 부여하지만, 등산은 반드시 '내려옴'을 통해 완성됩니다. 이 대립 구조를 통해 학생들은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안전한 마무리의 중요성이라는 삶의 전체적인 순환 구조를 배웁니다.
  • 개인(Individual) vs. 공동체(Community): 등산은 혼자만의 사색과 한계 극복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인 동시에, 함께 길을 찾고 서로를 격려하며 위험을 공유하는 공동체적 경험이기도 합니다. '나'의 속도와 '우리'의 속도를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의 연대감 사이의 균형을 배우게 됩니다.
  • 위험(Danger) vs. 안전(Safety): 잘 닦인 등산로를 벗어나면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등산객은 지도를 읽고, 날씨를 예측하며, 자신의 체력을 안배하는 등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규칙과 체계를 따릅니다. 이 대립을 통해 자유와 규칙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고,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2. 산이라는 '체계(System)'와 그 '규칙(Rule)'의 학습

구조주의에서 의미는 개별 요소가 아닌 체계 안에서 발생합니다. 산과 등산 행위 역시 하나의 체계로 볼 수 있습니다.

  • 산의 문법(Grammar of the Mountain): 등산로는 산이라는 텍스트를 읽어 나가는 '문법'과 같습니다. 이정표(기호)를 따라 길을 찾고, 등고선의 간격(기호)을 통해 경사도를 예측하는 등, 등산객은 산이 제시하는 다양한 기호들을 해석하고 그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이는 기호를 해석하고 체계의 논리를 파악하는 기호학적, 논리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적 과정입니다.
  • 랑그(Langue)와 파롤(Parole): 구조주의 언어학에서 '랑그'가 사회적으로 공유된 언어 체계라면, '파롤'은 개인이 실현하는 발화 행위입니다. 등산에 비유하면, 등산의 일반적인 원칙, 장비, 에티켓 등은 '랑그'에 해당하고, 한 개인이 특정 날에 특정 산을 오르는 구체적인 경험은 '파롤'에 해당합니다. 등산객은 이 '랑그'를 학습하여 자신만의 '파롤'을 안전하고 의미 있게 수행합니다. 이를 통해 보편적인 원리(체계)를 학습하여 자신의 고유한 경험(실천)에 적용하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3. '정상'이라는 기호의 의미 해체와 재구성

등산의 가장 강력한 기호는 '정상(Summit)'입니다. 구조주의는 이 기호가 본질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성공', '정복', '성취' 등의 의미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봅니다.

등산 교육은 단순히 정상에 오르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정상'이라는 기호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신화적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성찰하게 합니다.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그 과정 자체의 소중함을 깨닫고, 정상에서 내려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결과 중심주의적 사고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과정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교육적 효과를 가집니다.


결론: 구조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교육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등산은 자연 속에서 땀 흘리는 신체 활동을 넘어, 세상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와 관계망을 체험하는 교육의 장입니다.

등산객은 '자연과 문명', '오름과 내려옴', '개인과 공동체'와 같은 수많은 이항 대립의 긴장 속에서 균형을 배우고, 산이라는 체계가 가진 규칙(문법)을 익혀나갑니다. 또한 '정상'이라는 강력한 사회적 기호의 의미를 스스로 재구성하며 비판적 사고를 기릅니다.

따라서 등산 교육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과 세계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의 '구조'를 읽어내고, 그 속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며 의미를 구성해나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전인적(全人的) 교육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