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운데, 누리꾼들이 출산에 부정적이었던 한강의 마음을 바꿨던 그의 남편 홍용희 평론가의 말을 재조명하며 "낭만적 일화"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는 '애 안 낳으려고 했던 한강작가가 설득된 말'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이 게시물에는 2000년 문예지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의 일부 내용이 담겼다.
소설 '침묵'에 따르면 한강은 홍용희 평론가와 결혼한 지 2년쯤 됐을 때 자녀 계획을 주제로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당시 한강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다"며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런 생각을 가졌던 한강에게 남편은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그렇다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고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강은 "그 아이가 이런 생각에 이를 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라며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니고…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냐"고 우려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가운데)의 아버지이자 선배 소설가 한승원(왼쪽)이 공개한 1995년 촬영 사진. /사진=뉴스1
그러자 남편은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라며 "여름엔 수박이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라고 했다. 이어 "그런 것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 주고 싶지 않냐"고 되물었다.
남편의 말에 느닷없이 웃음이 나왔다는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며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이 일화에 대해 누리꾼들은 "너무 감동적이고 낭만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삶을 고통으로 인식해 출산에 부정적이었던 작가님이 남편의 말에 자기 삶에도 진실한 즐거움이 있었다는 걸 상기하게 된 것 같아 좋다"고 댓글을 적기도 했다.
한강은 지난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았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24년 만의 대한민국 역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기도 하다.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은 아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정말로 놀랐고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아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책방오늘'을 운영하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진 뒤 책방오늘의 앞에는 시민들이 보낸 축하 화환과 현수막 등이 놓였다.
2024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사진=뉴스1'Part 5 이런저런 이야기 > 기사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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