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특징은 첫 장부터 바로 등장합니다. 미각을 첫 번째 주제로 선정한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보통은 뇌에서 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시각을 먼저 논하고 뇌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뇌에 할당된 해석 용량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순서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미각을 첫 번째로 등장시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오감 중 미각이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미각’을 다룬 장에서 작가의 글쓰기 능력이 대단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여섯 번째 맛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언어로 만들어지지 않은 감각은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전달에 어려움을 갖습니다. 하이젠베르크가 『부분과 전체』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원자의 설명이 아니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을 일상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과학의 어려움은 거기에 있습니다. 유니버셜랭귀지인 수학, 화학, 원자 기호 등으로 표현되는 것을 일상 언어로 전달하는 어려움입니다. 인간이 만든 문화는 언어라는 틀 속에서 전달되고 확인되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과학이 발견하고 있는 실험 결과와 현상은 어떤 식으로 라도 일상 언어로 재표현되어야 합니다. 여섯 번째 맛의 후보인 지방산 맛, 물 맛, 칼슘 맛 등은 단어로는 표현되지만 어떤 맛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 일반인과 전문가의 인터뷰, 최신 과학의 결과를 덧붙여 여섯 번째 맛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읽고 나니 여섯 번째 맛의 윤곽을 그릴 수가 있었습니다. 맛 수용기가 있다는 과학적 지식과 그 맛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문화적 지식 사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