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주제별 이야기/세계관&이야기

"화이자 생각도 안했다, 그래도 베팅했다" 이스라엘 막전막후

꿈꾸는꼬목사 2021. 4. 29. 06:43

본지 김민욱·임현동 기자, '백신 접종 1위' 이스라엘 가다
방역실패국서 성공국으로..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
이미 백신 충분하지만 새 기술 가진 제약사도 물색중


“나도 처음엔 화이자가 가장 먼저 개발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이스라엘의 율리 에델스테인 보건장관의 말이다.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어 던진 나라. 방역 실패국에서 백신 선진국으로 극적인 반전을 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적극적인 백신 구매정책이 성공요인이라는 점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가 됐다. 중앙일보는 27일 오후(현지시각) 텔아비브 이스라엘 보건부 청사 사무실에서 에델스테인 장관을 인터뷰했다. 이스라엘 백신 정책 실무를 책임진 그가 들려준 백신 구매 막전 막후 스토리는 흥미진진했고, 백신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으로선 참고할 점도 많았다.

율리 에델스테인 이스라엘 복지부장관이 27일 오후 텔아비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에델스테인 장관은 전 국민에게 3~4회 맞출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한 비결에 대해 ‘한 군데 집중이 아닌 여러 우물 파기’ ‘돈 잃을 각오로 선구매 배팅’을 꼽았다. 에델스테인 장관은 “지난해 4월 백신 구매를 위한 첫 전문가 회의에서도 이 두 가지를 주문했다”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백신 회사들이 인구가 적은 이스라엘을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930만명 정도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에 모사드까지
이스라엘이 백신을 확보하는 과정에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를 필두로 한 관료들은 물론이고 정보기관이 모사드까지 나서 총력전을 펼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에델스테인 장관은 초기 계약한 4개 제약사 중 어떤 회사 제품이 성공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화이자가 아닌 다른 회사의 백신이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내년에 쓸 1500만회 분의 화이자 백신에 대해 이미 구매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그런데도 에델스테인 장관은 “이스라엘은 아직도 또 다른 기술을 가진 백신 회사를 찾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초기와 달리 이제는 조기 확보보다는 마지막 단계에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백신의) 유효기간과 변이(에 대한 효과)를 지켜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백신을 싹쓸이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정글 안 빌라(villa)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만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해서 좋아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남는 백신을 팔라는 요청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제약회사와의 계약 때문에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에델스테인 장관과의 일문일답

율리 에델스테인 이스라엘 복지부 장관. 임현동 기자

Q : 백신 초기 도입과정을 설명해달라.
A : “우리가 (백신 도입을)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다. (2020년 4월)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꾸렸다. 그해 5월부터 여러 백신 회사와 협상에 나섰다. 첫 회의 때 이스라엘이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아주 작은 시장이라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 곳만 파지 말고 여러 백신을 알아봐야 한다고 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등) 허가가 (미국 FDA 등에서) 시작되면, 역시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시장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Q : 그래서 선주문했나.
A : “그렇다. 백신이 나온 다음에 사면 안 된다.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가 있을지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은 시장으로서는) 백신을 확보할 수 없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미국 FDA 승인이 나올 때쯤 당시 4개 회사랑 계약을 맺고 있었다. 어느 제약사가 될지 몰라서다. 심지어 화이자일 줄은(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mRNA’ 플랫폼을 활용한 최초의 제품이다. 이에 개발 초기 안전·효과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더욱이 화이자의 경우 영하 70도의 초저온 유통·보관이 필요할 정도로 까다롭다) 다른 회사의 백신이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27일(현지시간)오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백신 접종센터에서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Q : 최근 화이자·모더나와 추가계약을 맺었다.
A : “1500만 회분이다. 화이자 1000만 회분, 모더나가 500만 회분으로 계약했다. 특히 화이자와는 2022년 공급물량에 사인한 첫 번째 나라다. 화이자·모더나는 mRNA 백신이다. 또 다른 기술을 보유한 백신 회사를 찾고 있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공급원에 부탁한 것은 ‘마지막 단계에 달라’고 했다. 왜냐하면, 변이 바이러스 (발생 양상) 등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부스터 샷과 12~15세 접종승인에 따른 물량은 여유분 있다.”

Q : 공급물량이 늦어질 수 있지 않나.
A : “이스라엘이 관계하는 제약회사는 상업회사이다. 수요가 적은 우리에게 공급은 하나 ‘대기표 뽑고 기다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 계약을 제때 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계약에서는 날짜가 명시돼 있다. 한 차례 공급 외에 늘 약속일에 물량이 들어와 불평할 수 없을 정도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에서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임현동 기자

Q :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를 화이자에 제공했다는 의혹 있다.
A : “우리 정부와 화이자가 서로 동의한 부분은 접종 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화이자에 공유해주는 대신 정시에 백신을 공급받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백신을 공급받는 대가로 개인의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불법이다. 이스라엘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

Q :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가 유대인이다. 협상에 이점 있었나.
A : “상업적인 협상은 조용히 눈길 끌지 않게 진행됐다. 화이자 CEO는 매우 훌륭한 유대인이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먼저 회사였다. 화이자는 이스라엘의 전국적인 예방 접종을 통해 많은 무료 광고의 혜택을 받았다. 내가 화이자의 마케팅 담당자라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다. 공식 석상에서 관련 질문이 나와 화이자를 언급해준 것도 몇 번 된다. 비윤리적인 광고는 아니다.”

올 2월 이스라엘 브네이브라크 접종소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이 무료로 나눠주는 피자를 챙겨가고 있다. AFP

Q : 이스라엘의 남는 백신을 탐내는 나라들이 있을 것 같다.
A : “이스라엘이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을 다시 사용할 것 같지 않아 지금 현재 (AZ측과) 협정 중이다. 그 값만큼 AZ사의 다른 의약품으로 바꿀지, 다른 삼자에게 파는 것을 승인할지, 계약을 취소할 지다. (남미·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에서 이와 관련한 문의가 오지만) 지금으로써는 의료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 문제로 인해 양도할 수가 없다.”

Q : 12~15세 접종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A : “이스라엘의 16세 이하 인구가 거의 300만명 된다. 12~15세 접종 없이 집단 면역을 논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이 연령대까지 접종하고 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 전에는 아이들로 바이러스가 퍼졌다. 학교에서 감염이 이뤄졌다. 궁극적으로 청소년에 백신을 제공하긴 하겠으나 공격적인 캠페인은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추이에 따른 하루 확진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 월드오미터·아워월드인데이터

Q : 'I(이스라엘)방역'을 평가한다면.
A : “사흘 전(24일) 코로나19 추가 사망자가 0명이었다. 현재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장의 경우 3분의 1만 채울 수 있다든지 규제가 있다. 한 달 째 그렇게 열었는데 확진자가 없다. 아마 다음 주 인원제한 규정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걱정이 가장 되는 부분은 변이, 즉 변종 바이러스다. 인도와 같이 확진자는 높고 접종률이 낮은 나라의 경우 백신 맞았다고 하더라도 자가격리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 몇 개 국가로의 여행을 금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도 잘하고 있었을 텐데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인 관광객을 (우리가) 받길 바란다.”
텔아비브=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출처 : news.v.daum.net/v/20210429050126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