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주제별 이야기/부모교육

유대인 자녀교육

꿈꾸는꼬목사 2021. 4. 2. 13:41

글 | 홍익희 세종대 교수

유대인 자녀교육(1) / 암송이 창의성의 산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그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성공한 유대인들의 자녀교육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교육문화를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유대인 자녀교육의 목표는 성공에 있지 않았다. 유대인들은 자녀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자녀가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게끔 부모로서의 본을 보이는데 최선을 다 한다.

자녀가 성인이 되기 위해 내려야 하는 수많은 뿌리들, 이를테면 ‘하느님에 대한 경외, 인간에 대한 사랑, 배움의 중요성, 노동의 가치, 인내심, 사회성, 배려, 공감능력 등에 대한 가치관’을 부모가 적극적으로 자녀에게 본을 보인다. 궁극적으로 ‘나’로 사는 법이 아닌 ‘우리’로 사는 법 곧 더불어 사는 법을 자녀에게 가르친다. 그들의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2000년 이상의 떠돌이 생활에서도 동질성을 유지하며 살아남은 이유이다.

 

13세 성인식


유대인에게 자녀란 하느님이 잠시 맡긴 귀한 선물이다. 13세 성인식(여아는 12세 성인식)에 자녀를 한 사람의 ‘온전한 유대인’을 만들어 하느님께 되돌려드려야 한다. 곧 이는 부모가 혼신의 힘을 다해 성인식 이전까지 자녀를 가르쳐 한 명의 독립적인 성인으로 만들어야 함을 뜻한다.

그들은 성인식 이후에는 자녀교육에 일절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자녀교육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만 12년뿐이다. 그들이 자녀교육을 어려서부터 서두르는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유대인 자녀교육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가 ‘조기교육’이다. 이는 우리가 아는 조기교육 곧 선행학습과는 다른 것이다.

온전한 유대인이란 ‘유대교를 믿는 성숙한 독립적 인격체’를 뜻한다. 그래서 그들은 13세 성인식 이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자녀를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인격체’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도 ‘나’ 보다는 ‘우리’ 곧 공동체 정신을 우선하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공감능력과 배려와 제대로 된 인성을 지닌 인격체로 키워내야 하는 것이다.

유대인은 자녀의 근본 소유권은 하느님에게 있기 때문에 하느님이 맡긴 아이를 하느님의 뜻에 따라 키우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여긴다. 그러니 유대인들에게 있어 교육은 그냥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하느님을 섬기는 종교적 행위의 다른 이름이다. 자녀교육이 곧 그들의 기도이자 신앙생활인 셈이다.  

 

유대인 엄마의 아기 목욕시킬 때 기도문

유대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하느님의 말씀이 수놓인 강보에 싼다. 그 이유는 평생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살라는 뜻이다. 유대인 엄마들은 평소 생활 속에서 자녀와 친근히 교감하면서 자연스레 가르친다. 그 일예가 아이의 목욕이다.

엄마는 아기를 목욕시킬 때 먼저 아기에게 동의를 구한다. “목욕시켜도 될까요?”라며 친절하게 묻는다. 어떤 형태로든지 아이의 동의를 얻어 목욕시킨다. 아이가 싫어하면 억지로 시키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응할 때까지 아이를 구스른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아이를 자신의 종속물이 아닌 자기와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아기가 불편하지 않게 조심스레 목욕시키면서 아래 기도문을 외운다.

얼굴을 씻어주면서는,
“하느님, 이 아이의 얼굴은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의 소망을 갖고 자라게 하소서”

입안을 씻어주면서는,
“하느님, 이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축복의 말이 되게 하소서”

손을 닦아주면서는,
“하느님, 이 아이의 손은 기도하는 손이요, 사람을 칭찬하는 손이 되게 하소서”

발을 씻어주면서는,
‘하느님, 이 아이의 손과 발을 통해 온 민족이 먹고 살게 하소서’

머리를 감기면서는,
‘하느님, 우리 아기의 머릿속에 지혜와 지식이 가득 차게 하소서’

가슴을 씻어주면서는,
‘하느님, 우리 아기 가슴에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소서, 5대양 6대주를 가슴에 품고 살게 하소서’

배를 씻어주면서는,
‘하느님, 우리 아기의 오장육부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게 하소서’

성기를 씻어주면서는,
‘하느님, 우리 아기가 자라나 이 거룩한 성기를 통해 거룩한 백성을 만들게 하소서. 결혼하는 날까지 순결을 지켜, 하느님이 원하시는 가정을 이루고 축복의 자녀를 준비하게 하소서’

엉덩이를 씻어주면서는,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리에 앉게 하소서’

등을 씻어주면서는,
‘부모를 의지하지 않고 안보이는 하느님만을 의지하게 하소서’ 라고 기도하며 아기를 목욕시킨다.

 

아기는 평생 엄마로부터 수백 번의 목욕을 당하면서 이런 기도문을 수백 번 듣게 된다. 기도 속에 담긴 엄마의 염원은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 전달된다. 그 결과 아이는 자기 나름의 소망을 갖고 자라면서, 자기는 축복의 말과 칭찬하는 사람, 자기 머리에는 하느님의 지혜와 세상의 지식이 가득차야만 되는 줄 알고, 자기의 손과 발로 이 민족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줄 안다.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통해 남다른 자존감이 형성된다. 인간에게 어릴 적 자존감 형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자존감이 아이를 평생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각이 커가면서 긍정적인 자아실현의 뿌리이자 기초가 된다.

 

유대인 엄마는 아기가 말귀를 알아들으면 가장 먼저 율법을 가르쳐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은 그들 종교의 내용을 자녀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고대로부터 자기들만의 독특한 교육방법을 개발해왔다. 그 하나가 갓난아기 때부터 자녀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하느님의 존재와 유대교의 핵심교리를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이다.  

유대인에게 있어 종교는 신앙 이전에 엄마로부터 받아먹는 모유와 같다. 그들은 태어나 한 돌이 지나 말귀를 알아듣게 되면 엄마는 성경 말씀 곧 율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아이가 율법을 이해하건 안하건 그건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아이는 그게 종교인 줄도 모르고 엄마가 가르치는 대로 무조건 따라 외운다.

반복 암송을 통해 율법을 귀와 몸에 체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거듭되는 가르침으로 아이에게 교리를 몸에 익히게 한다. 이렇듯 유대교는 어릴 적 엄마에게서 배움으로써 사유 이전에 먼저 몸과 마음에 체화되는 종교다.

그런데 이러한 엄마의 조기교육이 뜻밖의 효과를 가져 온다. 훗날 아이가 사용하는 말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와 단어에 기초하는데 이는 아이의 언어와 사고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아빠의 밥상머리 교육과 베갯머리 이야기가 더해지면 아이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욕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다. 유대인 아빠들은 매일 저녁 식사를 아이와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베갯머리에서 책을 15분 이상 읽어준다. 이러한 오랜 관습은 거의 모든 유대인 가정에서 지금도 예외 없이 지켜진다.

그 결과 유대인 아이는 4살이 되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언어 인지력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다고 한다. 보통 아이들이 800~900 단어를 아는데 비해 유대인 아이들은 1,500 단어 이상을 안다고 한다.

이는 이후에 부모와 더불어 하는 독서 습관을 통해 독서광이 되면서 몰입도와 이해력에서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를 보이며 더 나아가 사유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우뚝 서는 이유이다.

 

부모가 먼저 본을 보여

랍비 허쉬는 “어머니란 자녀에게 육체적 생명만 주는 게 아니라 영적 신앙도 주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유대교 가르침에 근거하여 유대인 어머니들은 ‘여성이야말로 최초의 교육자이며, 자녀들을 가르치는 의무는 여성의 몫’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유대인이란 유대교를 믿는 사람이다. 유대인들의 생각, 그들의 일상 하나하나가 모두 유대교 신앙과 연결되어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로 유대교와 연결되어 있다. 어려서부터 율법을 배우면 사람이 매사에 신중해진다. 이것이 유대인이 일등 민족이 된 비밀의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곧 자녀가 율법의 지혜를 체화할 수 있도록 부모가 유대교의 기본원리인 ‘게밀루트 하사딤’ 곧 ‘친절을 베푸는 행위’의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이 모두 교육이다. 그러기에 부모 자신의 됨됨이를 자녀에게 잘 보여주어야 한다.

 

암송이 창의성의 산실

유대인들은 세상의 모든 진리와 발명은 하느님이 이미 만들어 놓은 사물의 섭리를 인간이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실제로 유대인들은 성경공부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들은 토라(성경) 속에 숨어 있는 뜻 곧 ‘계시’를 연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속에 진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암송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대인들은 자녀가 말귀를 알아들으면 토라(모세5경)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심지어 정통파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가 4살이 되면 하루 3시간씩 토라를 암송하도록 시킨다. 13살이 되면 '미쯔바'라는 성인식을 갖게 되는데 이때 토라 곧 모세오경 중 하나를 외워야 한다. 이렇듯 유대인 자녀교육의 첫 시작은 단연 '암송'이다. 어려서 외운 암송은 뇌리에 오래 남는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무조건 외우는 ‘암송’이 창의성의 산실이라는 현대이론이 있다. 암송할 때 우리 뇌에서는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뇌신경학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암송을 반복할 때 뇌는 대상 자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정신의 패턴’을 모방한다고 한다.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별난 능력이 아니라 기존 우리가 아는 것에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깨달음이다. 세상의 그 어떤 창의적 이론도 무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출처: <13세에 완성되는 유대인 자녀교육>, 홍익희,조은혜, 한스미디어)